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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장발장법, 역사의 뒤안길로
등록일2015-09-09| 조회수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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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우리에게는 주인공인 장발장의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이 소설은 영화와 뮤지컬로 여러 차례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2012년에는 뮤지컬 버전의 영화가 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임에도 590만명이라는 관객 돌파로 흥행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장발장은 아버지가 없어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한 조각의 빵을 훔친 것을 이유로 결국 19년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감옥에서 출소한 후 주교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던 날, 은접시를 훔쳐 갔지만 주교가 용서하며 은촛대도 준 것으로 인해서 그 심성의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4에 대하여, 절도의 전력만 있으면 빵 하나만 훔쳐도 가중하여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소위 말해 ‘장발장 법’이라고 불려온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결정 내용을 요약해보면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표지를 규정하지 않은 채 형법 조항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상향 조정하여 어느 조항으로 기소하는지에 따라 벌금형의 선고 여부가 결정되고, 선고형에 있어서도 심각한 형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함으로써 형사특별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상습절도범이 빵 하나를 훔친 것으로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실로 무서운 조항이다. 이 조항은 1980년 이 법률을 개정하면서 신설된 것이다. 사회정화가 그 입법취지로 즉, 강도·절도범 등이 그 수법이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자행될 뿐 아니라 심지어 인명을 살상함으로써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있음에 비추어 상습적이고 조직적인 강·절도범이나 누범자에 대하여는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하여 엄단하고자 함에 있었다고 한다.

장발장처럼 먹고 살기 위해 생활비가 없어서 저지르는 범죄, 즉 생계형 범죄의 경우에는 재범률도 높아 상습이라는 이유로 특가법이 적용되어 지나치게 높은 형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는데, 이번 위헌결정으로 인해 권리회복의 기회가 이제 주어진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 등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하여 2014년에 피해액수 100만원 이하인, 상대적으로 피해금액이 경미한 절도가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생계형 범죄자들의 경우 이 죄로 인하여 수감되더라도 출소한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이러한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재범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 재범률도 상당히 높게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생계형 범죄, 어디까지를 이 범죄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이러한 생계형 범죄자를 무조건 옹호할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그렇다고 또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서 관용을 베풀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의 대상으로 서민 생계형 범죄가 포함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법과 제도도 역시 시대와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제·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계형 범죄에 대하여는 법의 잣대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 및 강화와 아울러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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