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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고령화 사회 또 하나의 과제, 사실혼 관계의 법률문제
등록일2015-11-16| 조회수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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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황혼이혼’에 이어 ‘황혼재혼’도 늘어가는 추세 속에 최근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에 대해서 상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혼 배우자는 사실혼 관계 해소시 재산분할청구는 할 수 있지만, 상대 배우자의 사망시에는 재산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사실혼이란 단어 의미 그대로 사실상 혼인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혼인신고가 없는 상태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가 있고 사회통념상으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해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들로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법률혼에 준하는 효과를 부여하기는 하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배우자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혼재혼’에서는 특히나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 문제가 대두되는데, 재혼을 통한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함에 있어서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들이 후에 재산상속에 대한 분쟁을 우려해 부모들의 혼인신고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하여 실제 황혼재혼에 반대하는 자녀들이 부모들의 사망 후에 상대 배우자와의 혼인무효를 구하는 소송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즉, 아무리 사실혼 기간이 오래돼도 법정 상속권자가 아니므로 상속권을 인정받지 못하기에,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전 배우자의 자녀들이 배우자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데, 이로 인해 재혼 배우자의 사망에 임박하여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에 이러한 소송이 잇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 제도 아래에서 각각의 입장의 차이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 부양하였음에도 상대 배우자의 사망시 어떠한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너무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리하여 사실혼 배우자의 사망 전에 일부라도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혼 관계 해소를 통한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경우도 생겨난 것이다.

한편 사실혼 관계에서 비롯되는 법적인 문제는 비단 상속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사건은 9489건으로 1만건 가까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13년도의 6468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가정폭력 사건 중 대다수인 71.6%는 배우자 사이에서 일어났으며,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동거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14.2%로 사실상 배우자 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배우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함으로써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친족간에 의한 강간 등’의 경우의 친족에는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하여 이에 대한 가중처벌도 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민법에는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 특별연고자로 상속재산 분여(分與)청구를 할 수 있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사실혼 부부의 보호를 위해 임차인이 상속권자 없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임차권을 승계하는 규정을 두는 등으로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서는 유족의 범위와 관련하여 사실혼 배우자에 대하여 배우자에 준하는 규정을 두어 사회보장의 입법으로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 노년의 사실혼 관계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사실혼 가족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