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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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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며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 관계를 파탄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원은 지난 50여 년간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소송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에도 혼인생활을 유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파탄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리하여 이번에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까지 연 것은 이혼에 대한 시대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재정비할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피고 측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되었다고 한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는 재판상 이혼에 관한 입법주의로, 유책주의는 상대방 배우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무책배우자 일방에 의하여 이혼이 가능한 것이다. 파탄주의에 따르면 단어 그대로 혼인이 파탄에만 이르게 되면 이혼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요구하지 않게 되고 또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이혼이 가능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이혼법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되고 있는 추세다.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이 된 채로 혼인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거 가부장적인 시대에는 유책주의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어린자녀들을 보호해 왔지만, 현대는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됨에 따라 사회의 인식 변화와 여러 제도적인 여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유책주의의 입장은 혼인도 계약이므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오히려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로 이를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이 되지 않는 여성들이 부정행위 등을 한 유책배우자에게 이혼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민법은 이혼시 상대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조항과 혼인파탄의 객관적 기준을 명백하게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찍이 독일 민법은 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한 경우에는 그 원인에 관계없이 혼인이 파탄된 것으로 보아 이혼을 허용해 왔다. 아울러 미국도 상당기간의 별거를 이혼사유로 보고 있는 만큼 파탄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일본 최고재판소는 ‘상대방이 이혼에 의해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극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등 현저히 사회정의에 어긋날 때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한다’라고 판결해,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상대에게 가혹한 경우를 초래할 때에는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파탄주의를 취하는 나라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마련해두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전환하기에 앞서 이혼 후 부양 및 미성년자녀의 양육·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는지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혼인관계 등에 대한 의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올해 안에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판례를 변경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혼소송에 있어서도 달라진 시대상과 세계적인 추세로 인하여 파탄주의 도입이 가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전수경 법무법인 우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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