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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신공항이 아니면 어떤가
등록일2016-08-10| 조회수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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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구배 법무법인 우덕 대표 변호사

“정치적 고려에 의한 사기극이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용역결과 발표에 대한 영남권의 반응이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영남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신공항 공약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시작부터 정치적이었다. 두 번의 대선공약이었으니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은 당연하다.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난 사업이 대선 공약(公約)으로 재등장할 때는 정치적 공약(空約)에 가까웠을 것이다. 외국업체에 용역을 맡긴 것도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고려다. ADPi측이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하여 용역작업을 한 것도 당연하다.

용역결과 발표 직전에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밀양 유력’ 소문이 떠돌았다. 신공항 테마주들은 요동쳤고 부산시민들은 절망했다. 막상 김해공항 확장으로 용역결과가 발표되자 부산의 민심은 절망에서 환영으로 급변했다. 밀양이 선정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절망감’이 ‘안도감’으로, ‘안도감’은 다시 ‘성취감’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소문의 진원지가 정부가 아닐까 의심을 하는 이들도 있다.

용역결과 발표 직후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고, 이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는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적이고 이해관계가 나뉘는 이슈로 반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 ‘신의 한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환영 논평을 낸 수도권 일부 언론을 보면 이러한 판단은 적중한 듯하다.

이처럼 동남권 신공항은 시작부터 입지선정 발표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고려의 결과다. 그렇다고 경제적 관점이나 국토균형발전 등 다른 여건들이 무시되고 오직 정치적 고려만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비난받는 이유는 이처럼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명은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와 기시감(旣視感)이 들 정도로 동일하다. 꾸미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고 하는데, 위안부 합의 당시 정부의 설명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며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번 발표도 그랬다. 위안부 합의 발표문에 ‘소녀상’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정부는 소녀상 문제는 합의시 논의된 바가 없다고 우겼다. 이번에는 ADPi측 발표내용에 ‘정치적 후폭풍’이라는 언급이 있었는데도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하면서 ‘통역 실수’라고 얼버무렸다. 위안부 합의는 내용상으로도 명백히 문제가 있었으나 김해공항 확장은 다르다.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과 거짓 해명으로 본질까지 의심받는 잘못을 저질렀다.

ADPi측의 용역결과를 요약하면 ‘새롭게 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담담한 내용을 가지고 정부는 굳이 ‘김해 신공항’이라는 말장난을 했어야 할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가덕도나 밀양에 새롭게 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 김해공항이 남부권의 허브공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으면 국민이 수긍하지 못했을까.

정부의 설명과 같이 김해공항 확장안이 처음부터 용역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영남의 민심이 다투고 있을 때 정부는 설명을 했어야 한다.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없다’는 말로 용납될 일이 아니다.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이라고 주장하니까 ‘사기극’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항의에 ‘통역 실수’라고 변명하니까 ‘국민 우롱’이라는 핀잔을 받는 것이다.

국민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합리적 결정이라면 수용할 만큼 충분히 포용적이기도 하다. 국익을 우선한 합리적 결정이었다면 신공항이 아니면 어떤가. 국민을 가볍게 여긴 정부의 말장난이 아쉽다.

권구배 법무법인 우덕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