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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휴대전화 전원을 끄자
등록일2012-03-14| 조회수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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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03일 (수) 21: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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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구배 변호사·법무법인 우덕  
 
여름휴가가 집중되면서 일부 지역은 출퇴근 시간에도 도로가 한산할 정도로 공동화된 반면 휴가지 부근의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7월23일부터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16일간의 긴 휴가에 들어갔고, 7월29일부터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 SK 등 유화업계 근로자들이 휴가 대열에 합류, 울산 전역이 텅 빈 느낌을 주고 있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 질 것을 걱정하는 이들은 ‘울산에서 휴가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며 이들의 발걸음을 잡아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사전적 의미로,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것을 말하고, 휴가는 ‘직장·학교·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을 말한다. 이에 비춰 보면 휴가는 ‘의도된 휴식 또는 그 기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휴식을 취하기 위해 휴가를 가게 되었을까? 며칠 전 모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삶은 원시시대 이래로 ‘사냥하기(노동)’와 ‘놀기’로 이루어졌고, 삶의 목표는 ‘사냥하기’가 아니라 ‘놀기’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고된 육체노동은 휴식이라는 행복한 순간을 가능한 자주 맛보기 위해 치를 수밖에 없는 필요악(惡)이고, 휴식을 체험할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의 최우선 과제라 여겼다고 한다.

국가 부도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은행원이나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은 5~6시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오전에 출근해 1~2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겸한 ‘티타임’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노동보다 휴식을 중요하게 여겼다는게 사실인 것 같다. 이와 같이 휴식이 삶의 중심에 있을 때는 의도적으로 휴가를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독일의 인문·과학전문기자 울리히 슈나벨은 그의 저서 <행복의 중심 휴식>에서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발명하면서 점점 바빠지게 됐고, 사람들의 일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과학기술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급속히 가중됐다고 한다. 즉 사람들이 시간을 발명(?)하면서부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효율성을 강조하게 됐고, 생존 환경이 척박해 지면서 휴식보다는 생존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 그때부터 의도된 휴식인 휴가를 생각하게 된 것을 아닐까?

그렇다면 ‘휴식‘은 과연 무엇인가? 독일의 신경심리학자 마야 슈토르히와 정신의학자 군터 프랑크는 그들의 공저인 <휴식능력 마냐나>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자율신경시스템 중 우리 몸의 재생, 치유, 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을 휴식이라고 한다. 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교감신경은 우리 몸을 투쟁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데 반해 부교감신경은 우리 몸의 휴식과 재생, 치유와 회복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긴장을 이완시켜 주고 심신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몸을 움직여서,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 할 수 있다. 또 사람의 체질이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고,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다고 한다.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나고 어떠한 공간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역할을 하나, 새로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공간적으로 떠나는 휴가는 의미가 없어졌다. 뒤집어 보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이메일 확인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먼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효율성에 떠밀려 새해 벽두부터 쉼 없이 달려 왔다. 여름휴가를 맞아 각자에 맞는 ‘휴식’으로 그 동안 쌓였던 심신의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온전한 휴식을 위해 우선 휴대전화 전원을 꺼 보는 것은 어떨까?

권구배 변호사·법무법인 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