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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김영란법이 불편하십니까
등록일2016-09-27| 조회수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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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구배 법무법인 우덕 대표 변호사

사불삼거(四不三拒). 관직에 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와 거절해야 할 세 가지. 사불(四不)은 부업하지 말고, 땅 사지 말고, 집 늘이지 말고, 재임지 특산물을 먹지 말라는 것이고, 삼거(三拒)는 부정한 청탁을 거절하고, 청에 대한 답례를 거절하고, 경조사에 부조를 거절하라는 것이다. 뇌물을 받지 말고 부정청탁을 거절하라는 조선시대 판 공무원 행동강령이다.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에게 이처럼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요구하면서도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향리들에게는 봉급을 주지 않아 이들은 뇌물이나 백성들에 대한 수탈로 생계를 유지했다. 녹봉을 받는 다른 관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뇌물로 받은 물품으로 일가친척을 돌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종 때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 정승도 청탁과 뇌물 사건으로 두 번이나 파직을 당하고도 복직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심하지만 않으면 조정에서도 묵인했던 것 같다. 지금은 뇌물이며 부패가 당시에는 관례와 미덕이었던 모양이다.

대관업무라는 명목으로 선물과 향응을 제공하고,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부적절한 청탁관행은 지금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고나 온정을 내세운 청탁이나 당장의 업무와는 관련 없지만 장차 도움받을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보험 성격의 접대관행 같은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부패의 토양이 된다.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은 이러한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일명 ‘김영란법’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했고, 2011년께 논의가 시작된 이래 여러번의 토론회와 설명회를 거쳐 정부안이 마련되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그 과정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까지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

청탁금지법의 핵심은 부정한 청탁을 하지 말고,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금품을 주고받지 말라는 것이다. 김영란 위원장의 말처럼 “더치페이 하자, 빽 쓰지 말자, 이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라는 훌륭한 제정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밥값 3만원, 선물값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에 쏠려 있다.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법을 피해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궁금해 한다. 국민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시행되기도 전에 현실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어떠한 제도나 정책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인데 유난히 역기능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청탁금지법이 불편한 법으로 인식되는 데에는 정부의 홍보부족, 일부 언론의 흥미위주의 보도 행태 등도 그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그 누구도 우리사회의 접대관행, 부탁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내놓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행과 관례라는 이름으로 누려오던 혜택을 포기하기 싫고,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지키다가는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같은 것 말이다.

28일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다. 공무원, 교사, 언론인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일반인도 대상이 되므로 전국민이 적용 대상이다. 청탁금지법은 특정 계층, 특정 직업군이 부패한 집단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업은 대관업무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현실을 도외시 한 법이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부패의 고리에 엮여 있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을 바꿔보자. 당연하게 여기던 버스식당 등 공공장소 흡연의 폐습이 사라진 것처럼, 시행 초기의 혼란과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면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혜택이 우리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옴은 말할 것도 없다. 김영란법의 정착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권구배 법무법인 우덕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