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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김영란법이 애매하십니까
등록일2019-01-31| 조회수1,094
얼마 전 모 고등학교에서 생활법률 강연을 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상이었는데,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강연 주제였다. 말미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유의해야 할 형사사건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후 질문시간을 가졌다. 수시모집이 시작된 시점이고 참석자들 대부분이 학부모들이어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질문이나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궁금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때 받은 질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식사나 선물을 3만, 5만, 10만원 규정에 위반되지 않도록 쪼개서 계산하면 괜찮지 않겠는가, 반장된 기념으로 반 친구들에게 피자를 한턱내도 되는가, 담임선생님과 함께 나눠 먹어도 문제가 없나, 공무원과 함께 하는 모임이 있는데 식비를 회비로 지출해도 상관없는가, 한사람이 전체 식사비를 계산해도 문제가 없나’는 것 등이다.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문제가 될 법한 질문이 많았으나 그 중에는 청탁금지법의 제재대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예를 들면 일반인들간의 부탁과 접대에 관련한 질문들도 많았다. 모든 행동을 청탁금지법의 기준에 맞춰 확인하고 조심하다 보니 나온 궁금함이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은 시행되자마자 국민들의 행동지침이 되었다. 우리 사회의 풍경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학교, 언론사, 일반 사기업도 청탁금지법 기준에 맞추어 내부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2차,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 위주의 접대가 줄어들고, 점심 자리나 간단한 저녁 약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여유로워진 저녁시간에 자기개발을 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관공서 주변의 식당가나 고급식당의 매출은 급감한 반면 해장국집 등 저렴한 식당의 고객은 늘었다. 결혼식장, 장례식장에 즐비하던 화환이 줄고, 관공서나 병원에는 악성 민원 전화가 줄었다고 한다. 더치페이가 늘어나자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앱이 개발되고 나눈 밥값을 간편하게 송금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공무원, 교사, 기자들은 불편한 부탁을 거절할 명분을 얻게 되었고, 학부모들도 마음 편히 담임교사 상담을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전국이 청탁금지법의 틀 속에서 얼어붙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원망하는 이들도 있다. 청탁금지법의 애매한 규정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정당한 부탁과 부정한 청탁, 선물과 뇌물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청탁금지법은 지킬 수 없는 법이 되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조차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니 국민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형벌 법규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입법 기술적 문제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청탁금지법에도 추상적이고 규범적인 규정이 일부 있으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만큼 모호하지 않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확인되었다. 청탁금지법에서 제재하고 있는 부정한 청탁, 직무관련 금품의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사회상규’가 그것이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상식’이라고 표현했다.

모 방송에서 제시한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 기준도 참고할 만하다. <받고도 잠을 잘 자면 선물, 잠을 설치면 뇌물. 언론에 공개되어도 괜찮으면 선물, 그렇지 않으면 뇌물. 사람을 보고 준 것이면 선물, 직위를 보고 준 것이면 뇌물>이라는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직무와 관련한 청탁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잘 안다. 제재를 감수하면서 위반하느냐, 스스로 자제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앞서 강연에서 받은 질문들을 살펴보면, 굳이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더라도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장이 된 기념으로 반 친구들에게 피자를 한판 돌리는 게 뭐가 문제겠는가. 담임선생님이 함께 하더라도 말이다.

권구배 법무법인 우덕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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