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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타임오프, 지금은 마음을 모을 때다
등록일2012-03-14| 조회수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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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04일 (일) 20: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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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구배 변호사  
 
지난 8월24일 새벽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안에 합의, 26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3년 연속 무분규 타결로 매듭을 지었다. 6월8일 첫 교섭을 시작한 이래 21차례 교섭을 거쳐 80일 만에 이뤄낸 성과로, 노사 상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임단협이 난항을 겪게 된 데는 ‘타임오프(time off)제’에 대한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타임오프란 노조원의 노조활동을 위해 일정시간을 근무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규정(제2항)하면서, 제4항에서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임금 손실없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고 타임오프제의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노동 기본권은 각국의 문화, 국민정서, 산업화 정도, 도입 배경 등에 따라 보장되는 정도나 형태가 다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사용자가 노조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에 서구 선진국의 법령을 그대로 도입하면서도,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그 결과 노조원 대비 노조전임자 수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아지는 등 노조 조직은 비대해 지고 운영은 방만해 졌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1997년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문화 되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세 차례에 걸쳐 13년간이나 시행이 연기되었다.

2009년 시행연기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다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더 이상 시행을 연기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일괄 적용할 경우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그 절충안으로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었다. 타임오프제 도입과 관련해 노사 양측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도입을 반대하였고, 당론에 반해 법안 상정을 주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당 윤리위에 회부되어 2개월 당원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타임오프제는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돼 나름 순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월 기준으로 100인 이상 사업장 2499개 업체 중 87.1%인 2185개 업체가 타임오프제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도 현장 지도 점검을 벌이는 등 타임오프제가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현대자동차 노사 임단협이 진행되는 동안 노조위원장은 타임오프제 적용 반대 등 노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도끼로 손가락을 잘라 사측을 압박하고, 노조원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노조원들도 동요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감정적 선동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국민의식이 성장했고, 타임오프제 시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는 달리 노조원 수가 많은 일부 대형사업장에서는 법에 맞춰 유급 노조전임자 수는 줄이는 대신 직원들에게 각종 수당을 신설해 지급하고, 이렇게 지급한 수당을 조합비로 징수하여 무급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법위반이다.

현대자동차 보다 먼저 임단협이 타결된 기아자동차가 이와 같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형태의 편법이 동원되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13년간이나 표류하다가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 힘들게 만든 타임오프제다. 타임오프제가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되지 않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이제는 마음을 모을 때다.

권구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