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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골드 코인 도네이션(Gold coin donation)
등록일2012-03-14| 조회수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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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07일 (수) 2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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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구배 변호사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한해를 보낸 것 같아 괜스레 초조하고, 각종 모임으로 어수선하고 바쁘다.

연말 모임 최대의 이야깃거리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통큰’ 기부다. 안교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는 간단한 설명만 남겼다. 안교수의 간단한 설명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 의도를 분석하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나름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올바른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는 것도 그런 의심의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정(情)이 많은 민족이다. 그런데 기부에는 참 인색한 모양이다.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AF)’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각국의 기부지수를 조사하였는데, 2010년 우리나라의 기부지수는 조사대상 153개국 중 81위라고 한다. 기부액수가 아니라 기부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한 것으로 스리랑카, 라오스, 탄자니아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우리가 기부에 인색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공동체의식이 희박해지고, 이기주의 풍조가 만연하면서 오직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다보니 타인에 대한 마음 씀에 인색해진 것이 이유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기부를 ‘특별히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로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선뜻 기부에 나서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기부 선진국에서는 기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있다고 한다. 기부지수 1위인 호주에는 ‘골드 코인 도네이션(Gold coin donation)’이라는 말이 있는데, 황금색 동전인 1달러와 2달러 짜리 동전을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이 ‘파자마 파티’를 하면서도 ‘골드 코인 도네이션’을 한다고 한다.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생활에 뿌리내린 기부 문화의 단면이다.

기부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재물이나 재능, 시간, 노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재능을 나누어 주면 재능기부이고, 시간과 노력을 기부하는 것이 봉사활동이다.

기부는 돈이나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먼저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관심이 필요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기부를 특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부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도 선뜻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재난이 발생했을 때나 연말연시 각종 사회단체의 모금행사에 참여하는 일회성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일회성, 단발적 기부를 지속적인 활동이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올해 7월 민관 합동으로 ‘코리아핸즈’라는 단체가 설립되었다. ‘코리아핸즈’는 청년과 퇴직자들의 재능을 활용하고, 지속적인 자원봉사를 지원하기 위해 봉사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에도 누구나 쉽게 봉사활동을 경험해 보게 하자는 취지에서 조직된 봉사단체가 있다. ‘위드체험봉사단’이 그것인데, 시민들에게 봉사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봉사활동에 참가하여 자기만족감을 느낀 시민들이 스스로 나눔에 대해 생각하게 하자는 것이다.

체험봉사단은 먼저 쉬운 활동부터 시작하여 시민들이 참가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한 단원 중에는 힘든 목욕봉사 등을 자발적으로 하는 분들까지 생겼다고 한다.

겨울은 어려운 계층이 더 살기 힘든 계절이다. 굶는 아이들이 있고, 외로운 노인들이 있고, 차디찬 냉방에서 겨울을 나는 이웃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책상 서랍에서, 자동차 안에서 뒹구는 골드코인이 아이들의 밥이 되고, 두꺼운 외투가 되고, 따뜻한 아랫목이 될 수도 있다.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 이웃 어르신을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 드릴 수도 있다. 먼 얘기 남의 얘기가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우리가 바로 기부천사다.

권구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