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기사는 근로자일까요?
- 등록일2018-04-05| 조회수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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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는 보통 택배회사의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택배물건을 배송하는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근로자’일까요?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이라 함)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큰 차이는 없어 보이나 근로기준법은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개별적인 근로계약의 존재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조합법에서는 이러한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입니다. 이에 반해, 노동조합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 이처럼 근로자의 개념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와 같이 근로계약의 존재를 요건으로 한다고 할 수 없고, 사용자의 노무제공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 및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위험과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 주로 ‘업무의 종속성 및 독립 사업자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택배기사는 근로자일까요?
택배서비스는 통상 택배회사, 택배회사 대리점, 택배기사 3자가 관여하여 이루어집니다.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입니다. 고객들은 택배기사를 택배회사 소속 직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택배기사는 택배회사나 대리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택배회사 대리점과 “택배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처리합니다. 위·수탁 계약의 내용은 택배기사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택배기사가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택배기사의 근무형태는 회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으나 대동소이합니다. 전속계약을 체결하여 다른 회사의 물건을 배송할 수 없고, 담당구역 외에서 영업을 할 수 없으며, 복장이나 차량 등을 회사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추고, 배달앱이나 단체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업무지시를 받고, 회사의 업무메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각종 페널티를 부과당하기도 합니다.
이 처럼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하에서 노무에 종사하여 업무종속성이 인정되고, 택배기사 개인은 택배회사와의 협상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청에서도 택배회사 소속 택배기사들이 신청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수리하고, 신고증을 교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택배기사의 업무는 업무종속성이 인정되고, 단결권 등을 보장할 필요도 있으므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가 필요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나아가 골프장의 케디나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도 유사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대법원은 골프장 케디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로 인정하고 있고(2014. 3. 27. 선고 2011두 23139 판결), 레미콘 차량 기사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모두의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2006. 10. 13. 선고 2005다 64383 판결),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레미콘 기사의 경우에도 업무종속성이나 단결권 등 인정 필요성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근로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울산변호사 법률사무소 우덕 변호사 권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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